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완전함을 추구하고 불완전함을 사랑하라

현실을 사랑하는 이상주의자가 되는 과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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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아성찰

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은 참 독특하신 분이었는데, 서태지 컴백 영상을 틀어주지를 않나 한고은 사진으로 배경화면을 채워버리지 않나. 하지만 그 선생님이 지금도 이렇게 기억에 남는 분인 이유는 한 달에 한 번씩 우리에게 자아성찰이라는 것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.

자아성찰은 간단하게 말하면 반 전체와 하는 롤링페이퍼인데, 각자 자신의 종이를 받고 한 장씩 옆으로 돌리며 반의 모든 아이들에게 한 마디씩 해주고 익명의 사인을 하고 나면 자신의 종이를 돌려받게 되는 것이었다.

첫 번째 자아성찰에서 나는 '너는 뭐도 좋고 뭐도 잘하고 .. 그런데 잘난척 좀 하지마' 라는 얘기를 반이 넘는 친구들에게 받았다. 그 전까지 나는 어른과 나 사이의 잘못에 대해서만 관념이 있었지 친구들에게 내가 뭔가 잘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는데, 큰 충격을 받고 잘난척을 잘 줄여서 그 다다음 달에는 그러한 얘기를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었다.

맞는 말이라고해서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건 아니다

대학교 신입생 때 한창 대학교 커뮤니티에서 키워짓을 하고 있던 도중 어떤 사람의 글을 읽었다.

자기가 학교 수업에서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어느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'xx대생들은 지 잘난 것만 알아서 맞는 말이면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줄 안다.'라고.

그 글을 보고 그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했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. 중고등학교 시절 반장을 몇 번 했었는데, 나는 친구들이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굉장히 화내고 비판하는 스타일이었다. 그래서 그게 잘 먹혔을까? 그랬을리가 없지. 반면 어떤 친구는 굳이 친구들에게 화내지 않아도 잘 움직이게 했다. 그 때는 그 것을 매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생각해봐야 했던건 나의 비매력이었던 것이다.

그 때부터 누군가가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렇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할만한 일인지 생각해본다.

나는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가

내가 얼마나 이상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?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방법은 연애다.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 단점을 굳이 찝어내지 않으며, 부모님이 해주는 얘기는 다른 시덥잖은 잔소리에 파묻혀 의미를 잃는다.

서로 부딪힐 수 밖에 없으면서, 자신을 위해서라도 상대방의 단점을 얘기할 수 밖에 없는 사람. 연애 말고 이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있을까.

나는 내가 매우 정상적일뿐더러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, 첫 연애를 하면서 이 생각이 와장창 깨졌다.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부분까지 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.

완전함을 추구하고 불완전함을 사랑하라

이제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다.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실제로 더 나은 것인지는 사실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, 그정도 믿음은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다.

하지만 완전함을 추구하는 이 과정은 매번 불완전함으로 끝난다. 이상한 너와 내가 만나서 하는 일인지라 당연한 결과이다.

이제는 더 그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랑스럽고, 돌아가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사랑스럽다. 그리고 그래야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있다.